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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승선에서 아내가 기다리고 있었다. 가족과 함께 마라톤 대회에 오고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는데, 그 심정이 이해되었다. 끝까지 달리는 남편과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것은 모든 가장의 꿈이 아니겠는가..

대회 며칠 전부터 은근하게 이야기해도 아이들은 올 생각도 안했다. '아마 못 갈거다' 라는 아내의 말을 듣고, 마음 속으로  '그렇구나' 했는데, 결승선 바로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먼저 들어온 참가자는 보이지 않고, 그들이 먹은 쓰레기가 여기 저기 가득했다. 진행 요원들이 철수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어수선한 결승선...아내가 소리질렀다. 여보~~~
그래, 이런 기분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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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선...


왜 달리는가를 정리하기는 쉽지 않지만, 달린 후의 기분은 말할 수 있다.
마라톤 풀코스는 힘들었지만, 완주 후의 느낌은 최고였다. 아~ 행복하다.


네 이웃 사랑하기를 자기 몸 같이 하라.
(마 22:39)
원수를 갚지 말며 동포를 원망하지 말며 네 이웃 사랑하기를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 나는 여호와 이니라.
( 레위기 19:18)

이웃 사랑하기를 실천하기 전에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성실하게 내 몸을 돌보고 건강하게 관리한다면, 다른 사람들도 그 만큼 사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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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8일 5Km

11:00 PM - 예수전도단 대학사역 졸업생 모임을 마치고, 집에 오다.
11:25 PM - 가정 예배를 드리고, 고양이들과 잠시 놀다.
11:50 PM - 학의천을  5Km달리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스피드 훈련.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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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초보자에게 40Km구간은 구름 위를 달리는 것 같다. 책에서 읽을 때는 그야말로 수사적이었는데, 이제는 몸으로 느끼게 된 살아있는 문장이다. '구름 위를 달리다'

왼발의 종아리에서 시작된  통증이 무릎으로 올라 오더니 이제는 고관절까지 조금씩 아프기 시작했다. 통증 완화에 도움을 주던 물파스도 다 떨어졌는지,급수대에 없었다. 간신히 찾아온 물파스가 말라 있었지만, 꾹꾹 눌러 바르면서 오로지 한 가지 생각에 집중했다. 끝까지 가자.

왜 달리는 걸까? 거의 5시간 동안 자문 자답한 주제라, 더 이상 생각하기 싫었다. 그냥 달렸다. 드디어 아무 생각없이 달리는 달관에 이른 것 같았다. 달리기 시작한 1년 만에 처음 참석한 마라톤 풀코스는  자신감과 자부심등 아주 많은 것을 나에게 주었지만, 아직은 풀코스용 다리(?)가 아닌 것을 절감한 대회였다. 그래도 여기까지 온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2Km만 달려도  발목과 종아리가 아프고 심장이 떨렸던  1년 전에 비하면, 큰 변화인 것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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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isher,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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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좋아하는 나에게 어울리는 첫 마라톤대회


온 몸은 피곤에 절었지만, 마음이 진정되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끊임없이 맴돌았던 걱정, 완주를 포기할 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마지막 구간에서 없어졌다.이제 2~3Km 남았는데, 결코 포기할 수는 없다.
마음이 편해지자 통증도 편해졌다.

나는 선한 싸움을 싸웠고, 내가 달려가야 할 길도 끝냈으며, 믿음도 지켰습니다.
디모데후서 4:7

한 번 시작한 일은 끝까지 가자. 비록 고난과 핍박이 외부에서 오고, 내부적인 갈등이 줄어들지 않아도 시작한 일을 계속하면, 결국은 이룰 수 있다. 일을 잘하고 싶은 열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태도인 것을 40Km 구간에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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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9일 11Km  / 7월 22일 10Km / 7월 25일 10Km

누적거리 1,45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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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Km 구간에 들어섰다. 나는 계속 달렸고, 드디어 대회 진행요원과 자원봉사자들이 내 존재를 알게 되었다. 심지어 앰블란스 기사와 동승한 간호사도 내 얼굴을 알아본다. 그럴수 밖에...유일하게 혼자 달리고 있으니...서로 무전으로 연락하면서 정보를 주고 받는다.

-지금 마지막 주자가 지나 갔습니다.
아~~512번입니다.

두려움과 외로움, 고독, 실망과 좌절을 극복하면서 여기까지 왔고, 드디어 35Km구간에 들어섰다. 흔히 말하는 마라톤의 벽에 들어섰다. 그동안 달리면서 최장 거리가 31Km였는데, 이제부터 무조건 개인 기록이 갱신된다. 그것 만으로도 감격이지만, 여기서 멈출 수 없다. 수없이 중얼거렸다. 무조건 달리자.

앰블란스 한대가 아주 천천히 내 속도(?)에 맞춰 따라온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구경하고, 나도 괜히 신경쓰였는데, 뜻밖에 물 급수대에서 만난 앰블란스 기사가 격려한다.

- 정말 잘 달리고 있습니다.
- 천천히 달려서 미안합니다. 괜히 나 때문에 고생하시네요.
- 예전에 마라톤 대회에 참가 했었는데, 도저히 못하겠던데...대단합니다. 차라리  200대 맞는게 더 쉬울겁니다. 계속 달리세요...꼭 완주하세요.

지금 하는 일이 200대 매 맞는 것보다 더 힘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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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전 스트레칭!

2~3Km를 더 달렸는데, 나를 따라오던 앰블란스가 내 옆에 서더니, 사람좋게 생긴 기사가 조용히 의견을 묻는다.
- 태워 줄까요? 결승선 직전에 살짝 내려 줄께요^^

마침 앰블란스를 타고 가면 기분이 어떨까 생각중이었는데, 태워주겠다는 제안을 받다니... 내 속 마음이 엿 보인것 같아 당황스러웠다. 평소보다 더 큰 소리로 말했다.

-아닙니다. 끝까지 달려갈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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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가 끝나니 여행이 계속되네요. 달리기는 틈틈히 계속하는데, 블로깅을 못했습니다^^
차분하게 정리된 글보다는 교정하지 않은 초고라도 그냥 올립니다. 다음 주에는 조금 여유가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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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라톤을 즐기는 노인들의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대회에서 직접 경험하니 정말 많은 분들이 달리고 있었습니다.  칠십세 이상인 분만 가입할 수 있는 마라톤 동호회로 칠마회가 있는데, 회원 한 분이 100번째 풀코스 완주에 도전한다고 진행 본부에서 안내 방송하더군요.

77세인 칠마회 회장님은 마라톤 풀코스를 300번 완주했답니다.  88세 되신 분도 풀코스에 참가하셨습니다. 정말 놀라운 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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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마회 석병환 회장님- 풀코스완주 300회!

그 분들은 그 분들이고,  대회에 처음 참가한 나는 30Km 구간을 여전히 꼴찌로 달리고 있었습니다. 무의식(?)중에 들은 말, 어머 마라톤 대회가 아직 안 끝났나봐의 충격이 좀처럼 없어지지 않더군요.
지나가는 사람들이 내 옷의 중앙에 달려있는 마라톤 대회 참가자 표시만 보는 것 같았습니다. 내가 보기에도 너무 커 보이고..옷을 뒤집어 입을까? 배번을 떼어 버릴까? 그러면 자원 봉사자들이 경기 참가자인 것을 모를텐데,나에게도  물을 줄까? 급수대마다 일일히 설명할까? 나도 대회 참가자인데, 글쎄, 어떤 사람이 나를 보고... 어머, 마라톤 대회가 아직 안 끝났나봐 라고 말했어요. 그래서 참가자 표시를 떼 버렸는데, 물 좀 주세요.... 별의 별 생각을 다 했습니다.

그렇게 풀코스의 고비인 30Km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는데, 뜻밖에 쉽게 회복되었습니다.

아주 천천히 달리고 있는 한 사람이 보이더군요. 바다의 날 기념 런닝복을 입은 걸 보니, 대회 참가자가 분명한데, 뒤에서 보기에 조금 이상했습니다. 우선 정상 속도가 아니었습니다.지금은 내 앞에 있지만, 이렇게 계속 달리면 조만간 추월할 것 같더군요. 나보다 속도가 느린 참가자를 처음 만났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나이 많은 노인인데, 칠마회의 전문 마라토너는 아니고, 대회 3번 째 참가한 초보자였습니다. 왼쪽 다리에 심한 근육통과 함께 자꾸 쥐가 나서 아주 힘들다고 말하는데, 표정은 밝았습니다.

도저히 추월할 수 없어서 아주 천천히 5Km 정도를 함께 달리면서 인생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마라톤에 좋은 음식부터 시작해서, 마라톤 예찬론을 장시간 듣고, 나는 복음과 교회 생활을 소개하고.. 결국 그 분은 앰블란스로 회송되었고, 나는 또 다시 혼자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힘들어 하는 노인 어른을 돕기위해 함께 달렸지만, 오히려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혼자 달렸는데, 누군가 함께 한다는 그 자체가 힘이 되었고, 나중에  생각해 보니 30Km 구간을 아주 천천히 달린 것이 완주의 큰 원동력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어머,마라톤 대회가 아직 안끝났나봐 에서 빠져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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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8일 : 피트니스 클럽 근력 운동과 4Km 스피드 달리기
6월 20일 :  피트니스 클럽 근력 운동과 4Km 스피드 달리기
6월 21일 : 학의천 10Km를 기분 좋게 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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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 한마디의 힘! 일상 생활에서 말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고,  심할 경우는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주지만,  강인한 정신력이 요구되는 마라톤 대회에서 말 한마디의 영향력은 꽤(?) 큽니다. 더구나 꼴찌로 뛰고 있는 주자에게는 치명적입니다^^

전체 구간을 달리면서 가장 큰 위기는 지나가는 사람의 말 한마디로 인한 좌절이었습니다. 고의로 말 한 것은 분명 아닐거고, 최선을 다해 달리는 나에게 들으라고 말한 것도 아닐겁니다.  그렇지만 내 귀에 들린 그 한 마디가 정말 나를 힘들게 했습니다.

21Km 반환점을 힘들게 돌았습니다. 기록을 측정하는 두명의 자원 봉사자들이 반갑게 맞이 하더군요. 늦게 도착한 주자로 인해 지루 했을텐데,  전혀 내색하지 않고 가볍게 웃으면서 나에게 격려를 보냈습니다.  반환점을 돌자 아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끝까지 나 혼자 달릴 생각하니, 앞이 막막하더군요. 아르헨티나와 칠레에서 돌아온 이후에 연습을 충분히 못했는데, 그 후유증이 서서히 나타나면서 평소보다 훨씬 더 힘들었고, 2Km마다 있는 거리 안내판이 점점 멀게 느껴졌습니다. 그야말로 온 힘을 다해서 25Km지점까지 왔는데....

그 때 옆을 지나던 두 사람이 내 옷에 있는 마라톤 배번을 보고 무심코 (?) 말했습니다.
- 어머, 마라톤 대회가 아직 안 끝났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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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날 기념 마라톤 대회 풀 코스 배번


최악의 말이었습니다.  여기까지 오면서 들었던 모든 격려가 그 한마디로 늪에 빠졌습니다.
그 때 정말 포기할 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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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4일 : 5Km / 6월 16일:  6Km
10월의 풀 코스 완주를 위해 2주 만에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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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풀코스 42Km의 거리 만큼이나 다양한 감정의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두려움을 간신히 극복했는데 곧 바로 외로움이 찾아왔습니다. 두려우면 빨리 달리게 됩니다. 그야말로 겁나게 빨리 다닌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았습니다. 천천히 달리는 평정심으로 두려움을 극복했지만, 계속해서 나 혼자 달리다 보니 깊은 외로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두려움보다 외로움이 더 위험하더군요^^ 15Km 구간을 지나면서 내가 느낀 깊은 외로움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자기의 실력보다 빨리 달리게해서 결국 지치게 만드는 것이 두려움이라면, 외로움은 그냥 그 자리에서 주저 앉게 만듭니다. 나는 무엇을 위해 달리고 있나? 아무도 없고, 누구도 나를 모르는 것 같은데... 왜 계속 달려야 하는가? 꼴찌로 달리는 것은 괜잖은데, 나 혼자 달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그야말로 가슴속 깊이 외로움을 느꼈습니다. 몸은 지치지 않았는데, 마음이 힘드니까 달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외로움을 이길 힘이 점점 없어졌습니다.

왜 외로울까? 외로움의 실체가 무엇인가를 차근 차근 생각했습니다. 평소에도 혼자 달립니다. 그때는 외롭지 않았습니다. 막연히 혼자 있다는 것이 외로움의 근거가 아니고, 출발할 때는 많은 사람이 있었는데 지금은 나 혼자라는 사실이 나를 외롭게 했습니다.

간신히 버티면서 계속 달리는데, 멀리 반환점을 돌아오는 선두 주자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거의 10Km는 나보다 앞서서 달리는 선수들이 정말 반가왔습니다. 나는 꼴찌로 달리고 저들은 선두 주자인 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나와 같은 경기에 참여한 사람들이 지금 내 눈 앞에서 달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외로움을 이기게 했습니다. 사람을 만나면 외로움이 없어집니다.

10Km~15Km 구간에 사람들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마라톤 대회가 한강변에서 진행되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내 곁을 지나갔습니다. 산책하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지 않고 혼자 달리는 사람, 나를 그냥 지나치거나 마주치는 사람들은 많았습니다. 사람을 만나도 사람을 만난 것이 아니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비로서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그들을 보아도 외로움이 극복되지 않았는데, 나와 함께 경기에 참가한 사람을 만나는 순간, 외로움이 갑자기 없어졌습니다. 선두 주자들이 얼마나 반가운지요? 기록을 다투는 선수들이 혼신의 힘으로 달리면서 나를 전혀 의식하지 않았지만, 나 혼자 반가워 했습니다. 나 혼자 손을 흔들기도 하고, 나 혼자 웃어 주기도 하고...그들과 함께  달리고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조금 더 가니 점점 많은 주자들이 오더군요. 선두 주자와는 분위기가 달라서, 나에게 격려해주고, 나도 손을 흔들어 주고, 어느덧 외로움이 없어지고 계속 달릴만한 힘을 갖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고 외로움이 해결되지 않더군요. 나와 같은 비전이 있거나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을 만나야 합니다.

두려우면 속도를 늦추세요. 일정한 속도로 달리는 것이 두려움을 이길 수 있습니다.외로우면 공동체 안에 있어야 합니다. 나와 아주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은 근본적인 도움이 안됩니다. 비전이 같은 같은 사람과 연결되어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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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사람들이 없어졌습니다. 사실 당연한 일이죠.  달리는 그룹에서 풀코스 주자는 나 혼자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하프 코스를 달리고 있는데, 그들이 10.5Km 반환점을 돌아선 순간, 나 혼자 있게 된 것 입니다.

   아무도 없고, 나 혼자만 달린다... 그동안 혼자 달렸기에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은 달랐습니다. 무섭고 두려웠습니다.

하프 주자들은 돌아갔고,
풀코스 주자들은 보이지 않고...
강물은 흐르고...

두려움의 실체를  몰랐습니다. 벌써 지칠만한 거리가 아닌데, 일단 두려워하기 시작하면서 점점 힘이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두려워하는 걸까? 적당한 속도를 유지하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완주하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였습니다. 함께 달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과연 내가 끝까지 달릴 수 있을까? 만약 중간에 포기한다면... 그런 나를 내 자신이 받아 들일 수 있을까? 아이들과 아내에게는 무엇이라고 말할까?

달리면 많은 생각이 떠 오릅니다. 그 날도 지난 인생이 한강변의 물안개처럼 떠올랐습니다. 요란하게 출발했는데 끝까지 하지 않은 일 , 시작하려다가 나 혼자 조용히 그만 둔 일, 계획만 세우고 시작도 못한 일...성실하지 않았던 시절의 내 모습이 떠오르면서 이번에도 중간에 그만 둘까봐 떨기 시작했습니다.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할 수 없이 내 자신에게 말을 걸었죠. 너는 할 수 있어.. 너는 잘할수 있어. 그래, 나는 잘 할 수 있어..너는 네 생각보다 더 잘 할수 있어... 빨리 달리면 안된다. 이 속도로 가자... 조금씩 두려운 마음이 떠나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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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장빈의 42.195 러닝 로그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힘있게 달렸다면 아마 완주하지 못했을 겁니다. 안 보이는 사람들을  따라가기 위해 빨리 달렸다면 평소 연습한 거리에도 못가고 주저 앉았겠죠. 마라톤에서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은 오버 페이스, 즉  자기 속도보다 더 빨리 달리는 것 입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초반부에 흥분해서 오버 페이스가 일어나는데, 반드시 후반부에 그 부작용이 나타납니다. 내 경우는  중반부에 두려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오버 페이스로 달릴 뻔 했습니다. 결국은 내가 나를 이겼습니다^^

이번 마라톤 대회에서  일정한 속도로 달린 것이 가장 기뻤습니다. 출발선의 흥분된 분위기에 휘둘리지 않고, 10Km를 지날때 경험한 두려운 감정을 잘 다스리고, 끝까지 천천히 달린 평정심과 안정감이 앞으로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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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참가한 풀 코스는 21Km를 달려 갔다가 다시 그 거리를 달려오는 까마득한(?) 경기지만, 하프 마라톤은 10.5Km 지점에 반환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하프 마라톤을 뛰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빨리 달립니다. 많은 사람에게 추월 당하면서 8Km 지점까지 왔는데, 그 사이에 벌써 반환점을 돌아오는 하프 마라톤 주자들이 있더군요. 나보다 훨씬 뒤에 출발했는데, 나보다 5Km 이상을 더 달린걸 보니 대단한 속도였습니다. 아니면 내가 너무 느리던지...정말 바람처럼 달리더군요.

그 많던  뒷 모습이 순식간에 없어지고, 계속 얼굴들이 달려 왔습니다. 나를 보고 달려온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이 얼굴 저 얼굴 많은 얼굴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얼굴 보는거야 잘 할 수 있죠...YWAM 교제 찬양의 내공을 사용하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실례가 안되는 범위에서 슬쩍 슬쩍 한 사람씩 똑바로 쳐다보며, 대단하다 잘 달린다 과연 얼굴 근육으로 달리는구나 지금 내 표정도 저럴까 여러가지  생각하며 달리는데, 계속 보고 있으니 좀 불쌍해 보이더군요^^

순위와 기록이 중요한 선두 주자들은 빠르게 달리는 것이 당연하지만, 인상만 놓고보면 행복해 보이지 않는 사람도 꽤 많았습니다. 무엇 때문에  저렇게 힘들게 달리는지? 죄가 많아 달린다는 사람이 있던데... 저 사람인가? ‘달리기는 지난 삶을 지우는 지우개’라고 말한 사람도 있던데, 지우개치고는 너무 빠른데... 저렇게 달리면 대충 지워지지 않을까? 별 생각을 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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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날 기념 마라톤@2008


왜 앞만 보고 달릴까?
주위를 둘러 보며 천천히 달려도 좋을텐데...

인생을 살면서 자꾸 되돌아 보면 안되겠지요.후회가 지나치면 낙심하게 되고,그러면  남은 힘까지 잃게 됩니다. 그렇다고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리면  조만간 지칠 수 있습니다. 열정도 식기 마련이고...살아가는 즐거움도 누리지 못하고..

가끔은 옆에 있는 사람, 주변 경치, 되어지는 일들, 사람사는 세상을 쳐다봐야 하지 않을까요? 한 눈 팔라는 의미가 아니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느끼며 서로 격려하며 힘을 주고 받는다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조용히 흐르는 한강을 묵상하고, 바람에 흔들리는 작은 물결도 쳐다보고, 낚시하는 사람도 구경하고, 낚시줄에 걸린 물고기를 불쌍히 여기고, 이런 저런 생각하며  달렸습니다.

그때까지는 좋았습니다. 첫 번째 위기인 ‘두려움’이 다가 오는 것을 예상 못하고, 하프 주자들의 얼굴 근육을 측은히 여기며,  태연히 10Km 지점까지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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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라톤 대회는 풀코스가 먼저 출발하고, 적당한 시간 차를 두고 21Km 하프 마라톤, 10Km 단축 마라톤, 5Km 건강 달리기가 이어집니다. 나는 풀코스 주자(?)이기 때문에 먼저 출발했지만 처음부터 맨 뒤에서 천천히 달렸습니다.
    5Km정도 달렸을때, 하프마라톤 주자들이 나를 추월하기 시작했습니다^^그야말로 밀물이 몰려오듯 달려오더니, 나는 안중에 없는 것처럼 빠르게 지나 가더군요. 하프 마라톤 주자들은 처음 내는 속도가 빠르고, 더구나 선수급인 선두 주자들은 정말 빨리 달립니다. 내가 풀 코스 꼴찌라는 것을 깜박잊고,그 속도에 감동했습니다^^

나를 지나가는 그들의 뒷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수 많은 사람의 뒷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열정과 노력에 찬사를 보냈고, 어떤 사람의  분별없는 질주까지도 그저 좋게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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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참석한 마라톤 대회 사진은 아닙니다^^

   점점 나이가 들면, 많은 사람들이 나를 스쳐 지나갑니다. 내가 성장한 시대보다 문명의 혜택을 많이 받았기 때문일까요? 전문 분야에서 뛰어나게 잘하는 청년들이 나를 지나갑니다. 비슷하게  출발했지만, 나보다 훨씬 더 잘 하는 비슷한 나이의 사람도  많이 알고 있습니다.

   시기할까요? 질투할까요? 부러워 할까요? 부러우면 지니까, 무시할까요? 결국 내 선택입니다. 나를 추월해서 달려가는 많은 사람들, 출발 시간은 같았지만 이미 저 멀리 가버린 사람들, 그들이  내가 달리는 길 위에 함께 있습니다.

열심히 달리는 모든 사람의 뒷 모습이 아름답게 보이더군요. 그렇게 보려고 그렇게 생각하려고 그렇게 인정하려고 노력한 것이 아닌데, 그들이 그렇게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마라톤 꼴찌의 여유였는지, 사람들의 뒷 모습을 즐겼습니다.  사역하면서, 살아가면서, 나보다 더 잘 되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축복하기로 결심하면서, 5Km~10Km 구간을 천천히 달렸습니다^^ 
win the campus, win the 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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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한달 동안 집에 있어서 좋았는데, 6월이 되자 마자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세계 복음화 완성을 위한 전략을 개발하는 홍콩 Call2All 컨퍼런스에 왔고, 다음 주는 태국 방콕에 가서  예수전도단 선교사 대회에 참석합니다.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습니다!
블로깅을 하지 않던 한 달동안 많은 일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 가장 놀라운 일은 5월 30일 바다의 날 기념 마라톤 대회에 참석한 일입니다.  달리기 시작한지 1년 1개월, 처음 참석한 마라톤 대회에서 걷지 않고 끝까지 달려서 완주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중요한 성취인 동시에 좋은 아빠와 좋은 남편으로 자부심을 보여준 역사적인 날입니다!
완주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는데, 그야말로 인생을 정리한 느낌입니다. 완주 메달을 갖고 집에 오니까 아이들이 ‘이제 블로그에 올리겠네요’ 말 하더군요. 다시 시작하는 블로깅이 역시 마라톤 이야기입니다^^

완주한 사람중에서 꼴찌였습니다^^ 중간에 몇 명이 포기했는지 알 수 없지만, 끝까지 달린 사람중에서 내가 마지막으로 들어왔습니다.

내 인생에서 꼴찌한 것은 처음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런 기억이 없습니다. 학교 시험도 그렇고, 여러 종류의  개인 경기에서도 그랬고, 심지어 단체 경기에서도 꼴찌는 하지 않았는데...

처음으로 꼴찌하면서 참 행복했습니다. 세상은 꼴찌에게 갈채를 보내고, 바보에게 감동을 받는 것을 알았습니다. 지나가는 수 많은 사람들이 박수치고, 격려하고, 용기를 주고... 다른 사람은 몰라도 진행 요원들은 내가 마지막 주자인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습니다. 내가 지나가면 물 급수대가 치워지고,  지루하게 기다리던 자원봉사자들도 내 속도에 맞춰 철수하는 일이 계속 되었거든요. 오지 않는 주자를 기다리는 것이 얼마나 지루했을까요? 앉아서 놀고 있다가 내가 달려오면 얼마나 좋아하는지...소리지르고, 최대한 시원한 물을 주려고 경쟁하고, 없는 간식때문에 미안해 하면서 바나나 한 조각이라도  찾아오고..

처음에는 그들의 갈채가 어색했는데, 결국 마음으로 받아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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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 월드컵 공원에서 출발, 14개의 한강다리를 지나 한양대학교 근처에서 돌아오는 42.195Km


그동안  모든 일을 잘 하려고 심하게(?) 노력한 것 같습니다. 잘하는 사람을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더 좋아한 것은 아니지만, 모든 사람에 대하여 공평하려고 노력했지만, 내 자신에게는 지나칠 만큼 엄격했고, 또 노력했습니다.

행복한 꼴찌로 달리면서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잘 하지 않아도, 끝까지 최선을 다 한다면 그 걸로 충분하더군요. 무슨 일이든 잘 해야 된다는 스트레스 받지 않고, 속도가 느릴지라도 시작한 일을 끝까지 이루는 자세로 살렵니다. 갈채도 받고, 감사로 화답하며, 함께 살아가렵니다. 아내가 말하기를, 완주하더니 도인이 되었답니다^^
win the campus, win the na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