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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풀코스 42Km의 거리 만큼이나 다양한 감정의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두려움을 간신히 극복했는데 곧 바로 외로움이 찾아왔습니다. 두려우면 빨리 달리게 됩니다. 그야말로 겁나게 빨리 다닌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았습니다. 천천히 달리는 평정심으로 두려움을 극복했지만, 계속해서 나 혼자 달리다 보니 깊은 외로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두려움보다 외로움이 더 위험하더군요^^ 15Km 구간을 지나면서 내가 느낀 깊은 외로움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자기의 실력보다 빨리 달리게해서 결국 지치게 만드는 것이 두려움이라면, 외로움은 그냥 그 자리에서 주저 앉게 만듭니다. 나는 무엇을 위해 달리고 있나? 아무도 없고, 누구도 나를 모르는 것 같은데... 왜 계속 달려야 하는가? 꼴찌로 달리는 것은 괜잖은데, 나 혼자 달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그야말로 가슴속 깊이 외로움을 느꼈습니다. 몸은 지치지 않았는데, 마음이 힘드니까 달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외로움을 이길 힘이 점점 없어졌습니다.

왜 외로울까? 외로움의 실체가 무엇인가를 차근 차근 생각했습니다. 평소에도 혼자 달립니다. 그때는 외롭지 않았습니다. 막연히 혼자 있다는 것이 외로움의 근거가 아니고, 출발할 때는 많은 사람이 있었는데 지금은 나 혼자라는 사실이 나를 외롭게 했습니다.

간신히 버티면서 계속 달리는데, 멀리 반환점을 돌아오는 선두 주자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거의 10Km는 나보다 앞서서 달리는 선수들이 정말 반가왔습니다. 나는 꼴찌로 달리고 저들은 선두 주자인 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나와 같은 경기에 참여한 사람들이 지금 내 눈 앞에서 달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외로움을 이기게 했습니다. 사람을 만나면 외로움이 없어집니다.

10Km~15Km 구간에 사람들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마라톤 대회가 한강변에서 진행되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내 곁을 지나갔습니다. 산책하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지 않고 혼자 달리는 사람, 나를 그냥 지나치거나 마주치는 사람들은 많았습니다. 사람을 만나도 사람을 만난 것이 아니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비로서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그들을 보아도 외로움이 극복되지 않았는데, 나와 함께 경기에 참가한 사람을 만나는 순간, 외로움이 갑자기 없어졌습니다. 선두 주자들이 얼마나 반가운지요? 기록을 다투는 선수들이 혼신의 힘으로 달리면서 나를 전혀 의식하지 않았지만, 나 혼자 반가워 했습니다. 나 혼자 손을 흔들기도 하고, 나 혼자 웃어 주기도 하고...그들과 함께  달리고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조금 더 가니 점점 많은 주자들이 오더군요. 선두 주자와는 분위기가 달라서, 나에게 격려해주고, 나도 손을 흔들어 주고, 어느덧 외로움이 없어지고 계속 달릴만한 힘을 갖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고 외로움이 해결되지 않더군요. 나와 같은 비전이 있거나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을 만나야 합니다.

두려우면 속도를 늦추세요. 일정한 속도로 달리는 것이 두려움을 이길 수 있습니다.외로우면 공동체 안에 있어야 합니다. 나와 아주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은 근본적인 도움이 안됩니다. 비전이 같은 같은 사람과 연결되어 있어야 합니다.

win the campus, win the nations!